[중앙일보]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
작성자 : 마로니에(마로니에) 작성일 : 2007-04-02 오전 10:32:36 조회수 : 5991
종교화부터 누드화까지 그림 속 숨은 얘기 찾기



책을 고를 때 출판사가 든든한 기준이 될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편집과 디자인도 탄탄하고 권말에는 용어풀이, 도판목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도판출처를 실어 책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책은 영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종교화.누드화. 초상화.추상화 등 9개 장르별로 그림과 관련된 정보를 파헤친 것이다.

1648년 설립된 프랑스 왕립아카데미는 그림의 주제에 따라 회화의 서열을 매겼다. 종교. 신화. 역사의 일화를 다룬 '역사화'가 최상위 장르였으며 초상화, 풍속화, 풍경화 그리고 정물화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역사화는 화가의 상상력과 역사적 지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이 쳤지만 정물화 등은 보이는 대상을 단순히 묘사했을 뿐이라고 평가가 낮았다.

이런 기준은 역사의 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디부분의 미술관이나 미술사 서적은 시대별이나 국가. 유파별로 나눠 화가 중심으로 배열하고 접근한다. 하지만 책에서 보듯 장르별로 그림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시대와 유파를 넘나들며 '그림 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어서다.

루벤스의 '전쟁의 결과' 해설에선 사람들을 위협하는 전쟁의 신 마르스, 이를 만류하는 사랑의 여신 비너스, 전쟁과 뗄 수 없는 페스트와 기근을 의인화한 괴물들, 절망스럽게 울부짖는 인물 '유럽'을 알려준다.

추상화를 설명한 영국 미술평론가 레이철 번스는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뒷얘기를 소개하며 두 그림의 차이와 의자 팔걸이. 기타 울림구멍 등 그림 속의 사물을 보여준다.

그림 한 폭에 담긴 이런 다양한 회화 언어를 알고나면 그림을 보는 눈이 한결 깊어질 터다. 550점의 명화도판이 함께 해 뒤적이기만 해도 좋은 미술교양서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