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의 지침서
작성자 : 마로니에(마로니에) 작성일 : 2006-10-02 오전 10:30:31 조회수 : 5878
쓰러지지 않는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뱅상 말론·솔다드 지음, 이화영 옮김/마로니에북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도살장으로 줄지어 끌려 들어가는 소들.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늘어뜨리거나, 갸우뚱거리며 도살장 입구로 들어가는 수십마리의 소떼 일러스트 밑에 달려 있는 단 한 줄의 코멘트. ‘약간 따끔할 뿐이야. 진짜 별거 아니야.’

책은 이처럼 황당할 정도로 역설적인 일러스트와 멘트로 구성돼 있다. 너무 역설적이어서 오히려 읽는 이의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다. 일러스트는 진부한 일상을 상징한다. 상징성을 알아채지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네 서민들의 하루하루 삶을 그리고 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 역시 매일 아침 “지겨워 죽겠다”면서 직장으로 향하는 우리와 닮은 꼴이 아닌가. 저자들은 그런 우리에게 ‘약간 따끔할 뿐이야. 별거 아니야’라면서 하루의 일상을 버텨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장면도 있다. 몸에서 잘려나간 머리가 한쪽 구석에 처박힌 채 멘트를 날린다. ‘난 끄떡없어’라고. 옆 장에 그려져 있는 몸뚱이는 여전히 옷을 입은 채 뻣뻣하게 서 있다.

어떤가. 우리들 역시 직장에서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시시때때로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설혹 목이 잘린다고 하더라도 ‘난 끄떡없어’라고 당당히 버티라고 저자들은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씁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책은, 오히려 과장된 멘트로 일상의 곤욕을 뒤집어버린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나마 버텨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투다. 그래서 책 제목이 ‘쓰러지지 않는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인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은 무덤이다. 인생의 종착역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아홉 기의 무덤 밑에는 제각각의 멘트가 달려 있다. ‘괜찮을 거야’ ‘긴장 풀어, 막스’ ‘모든 걱정도 이젠 안녕’ ‘아냐, 아냐, 별일 아냐’ 등이다. 죽음조차도 이렇게 맞을 수 있다면 생전에 무슨 걱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

프랑스에서 ‘잘 나가는’ 광고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뱅상 말론과 여성지 ‘엘르’의 일러스트레이터 솔다드가 서로 힘을 합해 만들어낸 책은, 단순하면서도 패러독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고민에 싸인 직장 동료에게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아무리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책을 슬며시 전해 준다면 동료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이 빙긋 떠오를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