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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분류 : 문학/교양 / 인문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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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저 자 이어령
ㆍ역 자
ㆍ구 분 국내서
ㆍ발행일 2015년 10월 23일
ㆍ정 가 15,000원
ㆍ페이지 448 페이지
ㆍISBN 978-89-6053-374-5
ㆍ판형 148×210
ㆍ출판사 마로니에북스

가방에 넣을 것인가, 보자기로 쌀 것인가!



“보자기는 어떤 형태로 어떤 내용물을 쌀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예상 불가능한 것, 결정 불가능한 것, 불확실한 것을 모두 쌀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절묘한 문화 읽기와 놀라운 구조 분석

일생에 걸쳐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가로질러 사유해 온 이어령이 이번엔 일상의 소재들 가운데 보자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비합리적이고 비기능적이라 치부되어 그동안 등한시되던 전통 문화 속의 보자기를 오늘날 시대적 모순을 감쌀 수 있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이 외에도 근대의 자아 개념, 서양의 가구와 생활문화를 동양 문화와 비교 분석하며 현대의 양극적 사고 체계와 사회 시스템을 극복할 생활 속 포스트모던 문화를 제시한다.


1. ‘싸다’와 ‘넣다’를 통해 본 동·서양의 문화!

의미가 없기에 의미를 만들 수 있는 한국의 보자기


대한민국 대표 석학 이어령은 인간의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동사를 ‘싸다’와 ‘넣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싸는’ 민족으로 ‘보자기형’ 문화다. 어린 시절 책보로 사용하던 보자기와 네모난 책가방을 비교한다. 보자기는 것은 물체의 모양이나 크기와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반면, 각이 잡혀 있는 책가방은 미리 칸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옷이 사람을 ‘싸는’ 한복과 모양이 잡혀있는 ‘양복’의 차이에서 융통적이고 포용적인 우리 문화와 제도와 틀을 중요시하는 서양 문화의 차이점을 읽어낸다.


2. ‘버려둬’의 창조성

버리지 않고 ‘버려 둔’ 것으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버려질, 형태도 색도 다른 작은 조각 천들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지 않고 반짇고리에 ‘버려 둔’ 민족이었다. 이것이 어느 날 전부 모여 색색이 배합되고 오묘하게 융합되어 하나로 꿰매어진다. 우리는 버려 둔 조각 천으로,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었던 것이다. ‘버려 둔’ 것으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생각지도 않았던 색과 형태의 우연한 조합에서 몬드리안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모양이 만들어진다. 형태도 크기도 색도 모두 가지각색이다. 색깔과 모양이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한 장의 조각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3. 한국의 ‘보자기 형’ 사회를 만들어라!

관료주의(bureaucracy)에서 애드호크러시(adhocracy)로


‘싸다’와 ‘넣다’는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자, 21세기의 산업주의는 트렁크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애드호크러시(adhocracy)처럼 유연성과 융통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앞으로 오는 생명주의 시대에는 아이를 요람과 같은 상자가 아니라 포대기로 감싸 업어주는 한국의 보자기형 문화를 통해 싸고 통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생명도시를 만들어 구간과 획이 나눠져 있는 도시가 아닌, 합쳐지고 모든 것을 감싸는 도시가 미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자기 인문학을 통해 ‘감싸는 사회’, 우리의 미래 문명 도시까지도 그려볼 수 있다.


작가 인터뷰

1. 보자기에서 가방으로... 가장 원초적인 근대체험, 가방은 융통성이 없는 견구조의 대표적 상징물

지금 생각해보면 교과서에서 근대를 배운 것보다는 그 교과서를 들고 다니는 방법을 통해서 더 많은 근대의 의미를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무명 책보를 버리고 가방을 등에 메었을 때 아이들은 편리성 기능성 그리고 상품성이라는 근대의 마력을 몸에 익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책보에서는 볼 수 없는 가방의 비극이라는 것도 차차 눈치 채게 된 것입니다. 책보는 푸르면 그만이지요. 책이나 공책을 책상 안에 넣으면 한 장의 보자기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데나 구겨서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방은 그렇지가 않아요. 책이나 도시락을 꺼내도 여전히 가방은 가방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넣을 때나 꺼낼 때나 아무 관계없이 그 부피 그 형체 그대로입니다. 정말 눈치도 모르는 멍청한 놈이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책가방은 미리 용도에 따라 설계된 공간이므로 얇은 공책을 넣는 데와 두꺼운 책을 넣는 데가 다르고 필통과 도시락을 넣는 데가 따로 칸막이가 되어 있습니다. 책보는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두루뭉술하게 싸버리면 그만이지만 책가방은 분류하고 구분하고 그 크기를 가려서 정해진 곳에 넣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어쩌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참외밭에서 일하던 동리 아저씨가 참외를 따주면 그것을 넣어가지고 올 데가 없지요.(웃음) 그러나 책보 같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우연의 행운이 생기더라도 가방과는 달리 보자기는 둥그런 것도 네모난 것도 그리고 수박이나 술병이나 어떤 형태이든 관계없이 모두 포용할 수가 있습니다. 보자기는 가방처럼 칸막이가 없습니다. 딱딱한 그리고 입체적인 자기 부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포용성과 융통성 그리고 가변성으로 이루어진 보자기 특유의 유구조이지요.


2.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가방을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보자기는 소프트웨어 쪽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어떻게 쓰느냐. 보자기는 쓰기에 따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갖게 됩니다. 가방은 물건을 넣는 용기로서 고정되어 있지만 보자기는 상황과 쓰는 사람의 욕망에 따라 수시로 그 기능과 목적이 달라집니다. 들어 올 때에는 쓰고 나갈 때에는 싸가지고 가는 것이 바로 도둑의 보자기입니다.(웃음) 이렇게 얼굴에 쓰기도 하고 싸기도 하고 가리고 덮고 깔고 매고 펴고 온갖 경우에 복합적으로 쓰입니다. 시쳇말로 하면 “멀티” 기능이지요.


3.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적 원형은 보자기적인 것이고 서양의 그것은 가방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맞습니다. 보자기와 가방의 비교는 서구문화와 동양문화(한국 일본)의 차이와 그 특성을 유효하게 설명해주는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상징적 모델만이 아니라 실제로 서양의 근대화는 가방의 발명과 사용에서 비롯되었고 한국 일본의 전통문화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자기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느 나라나 보자기 형태의 도구는 있지만 한국처럼 다양하고 다채롭게 보자기를 개발한 민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4. 한(韓)·양(洋)복 기능의 차이 - 그러나 단순히 보자기라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펼치고 있는 상상력이나 상징성이나 구조적인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문화의 비교에서 ‘촉매어(동사)’처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보자기에 걸리는 기본적인 술어는 ‘싸다(포)’입니다. 그리고 가방에 걸리는 그것은 ‘넣다’입니다. 어떤 물건을 싸느냐 넣느냐의 선택에 따라서 아주 다른 문화가 형성됩니다. 가령 사람의 몸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옷을 몸을 싸는 것으로 생각했느냐 그렇지 않으면 몸을 넣는 것으로 생각했느냐에 따라 의상의 개념이 근본적으로도 달라집니다. 양복과 한복의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양복이 인체를 넣는 가방이라고 한다면 한복은 인간의 몸을 싸는 보자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한쪽 옷은 넣으려 하였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입지 않아도 자기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복은 걸어놓아야 하지요. 그러나 한복은 보자기처럼 싸는 것이기 때문에 벗어놓으면 마치 보따리를 푼 보자기처럼 평면성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한복은 거는 옷이 아니라 개켜두는 옷이지요.


5. 갑주(갑주·갑옷과 투구)같은 것이 바로 인체를 넣는 옷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물건을 꺼내도 형체가 달라지지 않은 가방처럼 갑주는 벗어도 입체적인 자기 형태가 변하지 않습니다. 「넣기」와 「싸기」의 두 지향성은 어느 분야 어느 경우에도 선명하게 적용될 것 같군요.

도시도 그렇지요. 서양의 도시는 바둑판이나 방사형 같은 길거리를 미리 만들어 거기에 집과 사람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의 도시를 보면 먼저 사람과 집이 생기고 길거리와 구획이 이들을 보자기처럼 싸지요. 아무리 계획도시라고해도 동양의 도시는 서양의 그것에 비해 규격성이나 정형석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넣기의 가방문화와 싸기의 보자기문화는 조직론과 같은 추상적인 현상에서 건축물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신발하나만 보아도 가죽구두는 발을 넣으려 한 것이고 우리의 짚신은 발을 싸려고 한데서 비롯된 산물입니다.


6. 새로운 보자기의 문화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정말 그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백화점에 가서 아이들 장난감 가게를 들여다보면 금시 알 수 있어요. 종래의 장난감은 고정형입니다. 비행기라든가 자동차라든가 완성형이지요. 그러나 요즈음 장난감은 변신로봇처럼 한 가지 장난감이 비행기모양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로 바뀌기도 합니다. 단 기능에서 복 기능으로 장난감의 개념이 바뀐 것입니다. 장난감은 미래의 현실이 아닙니까. 모든 것이 그렇게 변화할 것입니다.


7. 변신 장난감의 시사 - 기업에서는요. 현재 어떤 징후가 있습니까.

탱커나 도크를 예로 듭시다. 지금까지의 탱커는 대형이든 소형이든 일정한 용적이 정해져 있습니다. 몇t급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오르면 큰 탱커가 유리하고 하락할 때에는 작은 탱커가 효율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 탱커를 부숴서 소형 탱커를 만들기도 하고 거꾸로 소형을 버리고 큰 탱커로 바꾸는 일이 많았지요. 그러나 요즈음에는 상황변화에 적응하여 보자기처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신축성 있는 탱커설계를 연구 중이지요. 이에 따라 도크설계도 큰 배도 작은 배도 접안할 수 있도록 다목적 신축성을 지닌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모든 정형성을 넘어서 융통성을 주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때 미래 사회에 살아남을 수가 있습니다.


8. 추상적인 조직 이론에서도 보자기와 가방의 교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일반적으로 관료조직은 가방식입니다. 넣을 것이 있든 없든 용기자체의 틀이 있는 가방처럼 관료조직은 일이 있든 없든 조직자체가 선행합니다. 그러나 조직을 보자기 식으로 하면 일거리가 있을 때에는 조직이 있고 일거리가 없을 때에는 그 조직도 해체됩니다. 뷰로크래시에 대응하는 애드호크래시의 예를 들었는데 바로 후자가 물으면 없어지는 보자기 조직입니다. 영화는 8할이 인건비인데 영화조직을 관료조직처럼 했다가는 다 망합니다.영화를 만들 때에는 생겨났다가 다 찍으면 해체되어 버리는 이른바 프로듀서식 제작방법이 보자기식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가방 같은 조직을 가진 기업은 망하게 될 것이며 보자기 같은 구조로 된 기업은 반드시 흥하게 될 것입니다.


9. 보자기의 발상을 정보화 사회에 적용하면 새로운 상품개발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경영조직관리 등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모든 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이것을 넣을 것이냐 쌀 것이냐로 판단하여 지금까지 넣어왔던 것을 싸버리는 발상으로 패러다임을 바뀌어 가면 새로운 지평이 보인다는 것이 내 실제 경험이고 소신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것도 그렇지요. 아이를 요람이나 유모차에 넣고 끌고 다니는 것은 생명을 넣어 기르려는 발상이고 우리처럼 업거나 포대기에 싸서 안고 다니는 것은 아이를 싸서 기르는 발상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지금 서양의 육아법에서도 스킨십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서 종래의 상자에 격리해서 기르는 것보다 한국의 경우처럼 모자 밀착형 육아법이 바람직 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지요. 세계에서 한국만이 요람을 사용하지 않고 애를 기른 유일한 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육아법에도 보자기 형과 가방형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은이 | 이어령(李御寧)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소설가,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한 문학박사.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새천년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내면서 수많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시행한 문화 크리에이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일보 상임 고문 및 (재)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7년 1월 중앙일보 신년 에세이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를 필두로 21세기를 맞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으며, 2011년 생명자본주의 포럼 창설을 주도하며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 『생명이 자본이다』, 『언어로 세운 집』 등 화제의 책을 펴내며 사고와 사유의 폭넓은 진화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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