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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분류 : 소설/비소설 / 소설
푸른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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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저 자 박경리
ㆍ역 자
ㆍ구 분 국내서
ㆍ발행일 2014년 07월 04일
ㆍ정 가 17,000원
ㆍ페이지 504 페이지
ㆍISBN 978-89-6053-282-3
ㆍ판형 145×210
ㆍ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우연에서 운명을 감지하다

진실한 사랑으로 성숙해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박경리의 『푸른 운하』는 스무 살의 꽃다운 아가씨 송은경이 사랑에 눈뜨면서 새롭게 ‘사랑’이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하는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푸른 운하』에 그려지는 사랑이야기는 정열에 사로잡힌 젊은이의 풋사랑을 넘어서 과연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인간 누구나 성장하면서 ‘나’가 아닌 타인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되찾았다는 충일감은 나를 온전한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이제 그 혹은 그녀와의 이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된다.

자칫 진부하고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0년대 초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첫째 남녀 간의 애정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여성인물이 쥐고 있다는 점, 둘째 남녀의 사랑이 가부장적 가정 구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셋째 상대방의 신분, 지위, 경제적인 차이 등이 애정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 넷째 남성이 그들의 지위나 완력을 사용하여 여성 인물의 사랑을 쟁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다섯째 각 인물 사이의 애정 관계를 섣부르게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등 시대를 앞선 사랑의 방식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아도 여전히 흥미롭다. 오로지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과 확신, 상대방과의 교감이 사랑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은 독자의 몰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숙한 사랑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


이 작품에는 송은경, 이치윤과 김남식, 송은경, 이치윤과 경란, 송은경, 이치윤과 박지태와 같이 겹겹의 삼각관계를 이루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쟁취하고자 애쓴다. 각자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열정이 사랑의 실마리가 되고 상대방에게 온전한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는 공통적이다.

그 중에서도 송은경의 사랑과 김남식의 사랑방식은 성숙한 형태로 표현된다.

결별 상태이긴 하지만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삼십 대의 이치윤과 갓 스무 살이 된 은경과의 사랑은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고혹적인 매력을 지닌 이치윤의 전처 경란은 이치윤을 쉽게 놓아주지도 않고 그를 괴롭히고 있다. 여성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은 이치윤은 은경을 통해 따뜻한 모성을 발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에 흔들리게 되지만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죄의식도 커지고, 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이치윤은 용기를 내어 마음을 고백하고 이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 은경을 위해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을 남기고 시골로 떠난다. 은경은 포기하지 않고 치윤을 찾아나서며 자신의 사랑을 완성시킨다. 조건이나 주의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은경의 사랑은 성숙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완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은경의 사랑만큼이나 성숙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 김남식이다. 김남식은 자신도 은경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은경과 친구인 이치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또한 치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은경의 선택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도 넘치는 인물이다. 은경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은경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숨어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치윤과 은경 사이에 가장 껄끄러운 문제였던 경란과 치윤의 이혼도 남식의 기지로 해결되지만 생색을 내거나 드러내놓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인생의 또 다른 표현, 사랑

사랑은 삶의 중심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인스턴트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진실한 사랑을 절실하게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내게 꼭 맞는 짝을 만나지 못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은경과 남식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나와 그, 혹은 그녀와 완전한 합일이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의 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 사랑이 가능해진다. 인간 존재 자체가 각자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존재인데 하나가 된다는 상상은 어불성설이다. 하나처럼 느끼고 보이는 것은 서로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상대방과 소통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나에게 종속시키거나 내가 상대방에게 종속되면 동등한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스스로 상대방을 위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자발적 희생이 아니라면 언젠가 감정적 폭발이 일어나고 관계는 깨지기 마련이다. 사랑의 전제는 자발적이면서 주체적인 두 사람의 만남이다. 조건과 계산이 배제된 순수한 존재의 교감과 이해가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 아닐는지.

사랑의 조건과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질문과 깨달음은 50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 『푸른 운하』를 통해 거장 박경리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삶의 메시지라 할 것이다.


책 속으로

꿈속의 말처럼 쫓아가면 달아날 여자요, 등을 보이면 그 역시 등을 보이고 말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다. 경란과의 대결은 끝없는 경주이며 피곤한 정신의 방황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것은 또한 영원한 미련으로 남을 것이며 삼 년 동안이나 그를 소유했어도 그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자기 것이 아니었다라는 아쉬움이 이치윤의 마음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96쪽)


“김 선생님! 정말 전 돌아가야 해요.”
이번에는 애원하듯 말하였다.
“유혹하지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남식은 웃지도 않았다.
“선생님 마음대로 하세요?”
은경은 다소 화가 나서 비꼬아준다. 그러나 웬일인지 남식에 대하여 경계심이 일지 않았다. 이치윤으로 말미암아 자포적인 기분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순수한 일입니다. 내려달라는 것은 은경 씨의 희망이 아닌 것을 나는 알구 있어요.”
“아이, 기가 막혀.”
“정곡을 때렸죠?”
남식은 처음으로 은경에게 얼굴을 돌리며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는 은경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쩌면 남식의 무릎 위에 쓰러져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치윤에 대한 애정과 경란에 대한 미움을 이야기하고 실컷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66쪽)


“찬희의 마음이 어쨌든 간에 내 마음은 애초부터 타산을 떠난 것이었어요. 가정을 파괴할 용기까지는 없었으나 또 사실 찬희가 나를 사랑한 것도 아니구. 아무튼 나는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소. 잠잠하게, 그리구 우정으로 계속해가려구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소. 나는 애써 사무적으로 예의 바르게 당신을 대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사업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여자들의 곗돈도 끌어오고 별짓을 다 했어요.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윤기성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당겼다.
“아까 찬희는 경란이란 여자의 말을 했는데 그것은 오해요. 그 여자를 몇 번 만난 일이 있기는 해요. 그러나 그 여자를 만난 것은 이혼문제 때문이었고 그 후 웬일인지 그 여자는 이혼문제를 흐지부지해버리는 눈치입디다. 지금도 내 자신이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여자는 별 용무도 없이 저를 찾아오곤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뭐 그 여자가 저한테 호의를 표시하는 것도 아니었죠. 저 역시 교양이 높은 부인으로서 정중히 대하였을 뿐입니다.” (271쪽)
 

박경리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 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하였으며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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