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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분류 : 소설/비소설 / 비소설
표류도 : 박경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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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저 자 박경리
ㆍ역 자
ㆍ구 분 국내서
ㆍ발행일 2013년 05월 20일
ㆍ정 가 13,000원
ㆍ페이지 250 페이지
ㆍISBN 978-89-6053-278-6
ㆍ판형 145×210
ㆍ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 표류도



『표류도』는 두 주인공 남녀의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축된 연애 소설이다. 두 남녀의 사랑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 이른바 불륜의 사랑이다.

박경리의 연애소설 『표류도』는 유부남과의 사랑, 곧 불륜의 사랑을 소재로 다루었음에도 이러한 소재를 다룬 여타 작품의 중심에 으레 놓이기 마련인 죄의식을 전혀 들이지 않은 특이한 연애소설이다. 두 주인공이 그런 사랑을 비윤리적인 것이라 규정하여 죄악시하는 통상의 윤리 너머에 서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윤리에 갇히지 않은 인물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작가는, 윤리로는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진실을 그려낼 수 있었다.


“당신의 정절(貞節)보다 내 배덕(背德)이 훨씬 위대하다.”


주인공은 삼십 대 초반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성 강현회. 불륜의 사랑인데 그녀에게는 놀랍게도 죄의식이 없다. 그녀는 그 사랑을 불륜이라고 규정하여 죄악시하는 통상의 윤리 너머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사랑을 ‘망칙스럽’다 하여 꾸짖는 어머니 앞에서 “당신의 정절(貞節)보다 내 배덕(背德)이 훨씬 위대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통상의 윤리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니까 『표류도』는 불륜의 사랑이면 으레 따르기 마련인 윤리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아닌 것이다. 통상의 윤리에 갇히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작가는 그런 윤리로는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진실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여성 주인공 강현회를 자신의 진실에 전적으로 충실한 인물로 그리지는 않았다. 특이하게도, 출신 계층의 문제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강현회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그 사랑을 불륜이라 규정하여 비난하고 제재하는 통상의 윤리가 아닌 두 사람의 출신 계층이 다르다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상현과의 출신 계층의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은 가능할 수 없다고 믿고, 또 말한다. 이런 생각은 그녀의 남다른 자존심과 결합하여,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체념만이 저를 구원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 말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서사에서는 상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삶의 의지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자신의 진실을 좇아 능동적이며 주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 다른 주제이다.


그럼에도, 삶은 능동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것


『표류도』의 주인공인 강현회는 자신의 지난 생을 이렇게 반추한다.

“전쟁, 죽음, 기아,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이러한 인간사를 나도 이제 웬만큼 겪은 셈이다. 사람도 죽였고, 죄수라는 이름도 붙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막다른 골목까지 온 셈이다.” -본문 중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힘들었던 그녀의 생은 무언가로부터 늘 위협 받았고 고통 받았다.
이로써, 불륜의 사랑이라는 소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 예를 들면 사랑의 이전 또는 바깥에 자리한 개인의 삶, 인간관계, 그것들을 낳은 산실이자 그것들의 배경인 사회역사적 현실 등을 반영한 큰 소설이 솟아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표류도』는 마음의 고향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진실에 충실하고자 다짐하며, 자신의 의지로써 앞길을 열어 나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을 통해 ‘생명의 능동’이라는, 박경리 문학 전체를 일관하는 중심 주제를 담아냄으로써 큰 산맥과도 같이 높이 솟아 아득하게 펼쳐진 박경리 문학의 입구에 선 기념비가 될 수 있었다.


책 속으로

그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는 천연스럽게 그러한 것을 묵살할 수 있었다. 그가 십여 일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던 이전에 나는 애정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했었다. 사랑을 환상이라 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사랑을 환상이라 한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환상일 수밖에 없다.
고향에 살 때, 퍽 어린 시절의 일이다. 지방공연에 온 악극단의 지휘자, 구경 가서 한 번 본 사람을 나는 사모했다. 푸른 조명 밑에 선 연미복의 지휘자는 실로 위대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마라톤 경주에 일등한 사내아이, 학예회 때 공주가 된 동무를 무척 혼자사 사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느낄 적마다 나는 쓸쓸한 내 주변의 광장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나는 훌륭해지려고 했다. 그리고 위대한 것을 바랐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던 것이다. 찬수만 해도 그랬다. 학예회나 운동회 때의 영웅들처럼 그를 위대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성질로서 그를 사랑했다. 모두 환상이었다. 날아가 버린 일들이다. 찬수가 어떻게 죽었든, 누구나 죽어야 하는 죽음을 당해버린 추억이다. 이미 내게는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형체가 이 세상에서 소멸된 그 사실처럼―
(본문 13쪽)

“어째 마담은 늘 뜨개질이오?”
상현 씨의 시선도 내 손 위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천천히 내 눈과 맞서는 것이었다.
“그것도 노동수단인가 보지요.”
쓸쓸하게 웃어버렸다. 상현 씨는 거무죽죽하게 기미가 피어 있는 내 눈언저리를 빤히 쳐다본다. 손을 들어 확 눈을 가리고 싶다. 피곤해진 내 얼굴이 부끄럽고 비참하다. 그러나 나는 오만스럽게 정지한 상태를 그대로 지켰다.
“생활이 어려우신가요?”
상현 씨는 담뱃재를 재떨이에 떤다.
“어렵기야 하지만 뜨개질이 무슨 도움이 되나요? 그것은 집안일이죠. 하긴 한참 어려운 고비에는 밤일도 했죠.”
“밤일이라니요?”
당황한 듯 조급히 묻는다. 눈을 내리깔았다.
(본문 18쪽)

유치장에서 사흘 밤을 새운 다음 날 나는 취조실로 끌려나가 형사의 문초를 받았다. 형사가 쓰고 있는 검은 테 안경을 보았을 때 비망록 속의 한 페이지처럼 상현 씨의 눈길이 떠올랐다.
“이름은?”
“강현회.”
“나이는 몇 살이야?”
“서른셋.”
“직업은?”
“다방의 마담.”
형사는 흥미스럽게 나를 훑어보더니,
“학력은? 학교는 어디 나왔어?”
“대학을 나왔습니다.”
나는 골패짝처럼 또박또박 대답했다.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소?”
“S대학 사학과를 나왔습니다.”
형사는 더욱 흥미로운 표정을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출생지, 현주소, 그 밖의 여러 가지 나의 환경 사항을 물어 조서를 꾸며나갔다.
(본문 233쪽)
 

박경리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 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하였으며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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